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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쓰레기의 화학물질이 소라게에게 먹이 신호로 오인될 수 있다는 연구가 발표됐다. 게티이미지뱅크
플라스틱 쓰레기가 해양 생물의 생존과 해양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최근 영국에서는 일회용 빨대와 빈 병, 비닐봉지 등의 폐기물이 동물을 질식 시키거나 몸이 절단하는 것 외에도
더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가 발표됐다.
11일 영국 헐대학교(University of Hull) 연구팀이 바다에 버려진 플라스틱의 화학물질이 소라게에
과잉반응을 일으킨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고 영국 비비시 방송이 전했다.
연구팀은 영국 요크셔 해안의 소라게 40마리를 관찰했다.
그 결과 플라스틱 첨가물인 올레오아미드(Oleamide)를 감지한 소라게들의 호흡율이 증가한 것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이런 소라게의 반응이 먹이를 찾았을 때의 흥분과 끌림과 유사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의 수석연구원인 잭 그린실즈 박사는 “소라게는 죽은 동물의 사체를 먹이로 삼는다.
동물의 사체가 부패할 때 올레익애시드(Oleic acid)라는 물질이 발생되는데, 소라게는 이 냄새를 맡고 먹잇감을 찾게 된다.
문제는 올레익애시드의 냄새가 플라스틱의 첨가물인 올레오아미드와 아주 흡사하다는 점”이라고 온라인 매체 인사이더에 설명했다.
소라게가 화학물질을 먹이 신호로 오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소라게가 실제로 플라스틱 쓰레기를 먹이로 삼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린실즈 박사는 “만약 소라게가 이 물질에 이끌려 먹이 활동을 하고 있다면 에너지 낭비일 뿐 아니라, 플라스틱 쓰레기 자체를 섭취할 가능성도 있다.
이것은 동물에게 심각한 독성을 유발할 수 있고, 해양 생태계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소라게는 플라스틱 폐기물을 빈 껍데기로 착각해 안으로 들어갔다 갇혀 죽기도 한다. 사진은 플라스틱 병뚜껑을 껍데기로 삼은 소라게. 게티이미지뱅크
연구자들은 플라스틱이 소라게의 가짜 먹잇감이 되는 것 외에도 불필요한 ‘성적 자극’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올레오아미드가 소라게의 먼 친척인 청소새우 성 페로몬의 주요 성분이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플라스틱 쓰레기가 해양 생물에게 얼마나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올레오아미드가 단지 게만을 유혹하는지 다른 생물들도 끌리는지는 계속 조사, 연구되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해양 생물들이 플라스틱의 냄새에 이끌려 먹이로 착각하는 사례는 앞서도 관찰된 바 있다.
지난해 미국 플로리다에서는 거북이가 버려진 비닐봉지의 냄새에 현혹돼 쓰레기를 삼키게 된다는 연구가 발표됐다.
(▶관련기사:비닐봉지를 해파리로 오인? 바다거북 '플라스틱 냄새'에 끌려)
소라게는 플라스틱 폐기물의 대표적 피해 생물이기도 하다.
2019년 호주 태스메이니아대 해양 남극 연구소(IMAS)가 인도양 코코스섬과 남태평양 헨더슨섬에서 소라게의 피해를 조사한 결과,
코코스섬에서는 한 해 약 50만 마리가 죽었고 헨더슨섬에서는 약 6만 마리가 죽은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는 주로 고둥이나 소라를 껍데기로 삼는 소라게가 플라스틱을 빈 껍데기로 착각해 들어갔다가 갇히면서 발생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출처: https://www.hani.co.kr/arti/animalpeople/wild_animal/1007429.html#csidx33aff1e7d5e5e6e8ad0b52fe9f6a5a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