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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지난 2016년 8월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한강에서 미세 플라스틱 사용 금지를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사진=뉴시스
출처 : 시사주간(http://www.sisaweekly.com)
지난 2016년 8월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한강에서 미세 플라스틱 사용 금지를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시사주간=박명윤 논설위원/서울대 보건학 박사] 인류역사의 발달과정을 사용한 도구의 재료를 기준으로 석기시대(石器時代, Stone Age), 청동기시대(靑銅器時代, Bronze Age).
철기시대(鐵器時代, Iron Age)로 구분한다면, 현대는 플라스틱(Plastic)시대라 할 수 있다.
현대인은 플라스틱 없이는 하루도 생활하기 어려운 ‘플라스틱 의존형 인간’이다. 플라스틱은 우리가 일상생활에 널리 사용하는 생활용품을 위시하여 고내열, 고강도 재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20세기를 주도한 기술 중 하나인 플라스틱의 합성과 진화는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전 세계 플라스틱 생산이 1973년 오일위기(oil crisis), 2008년 금융위기(financial crisis) 그리고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coronavirus pandemic)으로 인한 경제침체로 인하여 줄었다. 지난해 전세계 생산은 2019년 3억6천8백만톤에서 3억6천7백만톤으로 0.3% 감소했다. 그러나 IMF 통계에 따르면 플라스틱 분야의 침체는 지난해 전세계 경제 총 3.3% 감소보다 훨씬 적었다. 중국의 플라스틱 생산은 전세계 생산의 3분의1을 차지하며,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폐기되는 플라스틱 쓰레기 구성은 포장재 47%, 의류 14%, 소비재ㆍ공공재 12%, 운송 6%, 건축 자재 4%, 전기ㆍ전자 제품 4%, 기타 13% 등이다. 매년 전 세계 플라스틱 폐기물의 약 3%가 바다로 유입되며, 2010년 기준 800만톤에 이른다.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의 피해를 많이 입는 바다생물은 해양조류(바닷새), 어류, 무척추 동물, 포유류(바다표범, 물개, 고래), 파충류(바다거북) 등이다. 또한 선박사고의 10%는 바다에 버러진 어망, 밧줄 등 해양쓰레기 때문이다.
플라스틱 쓰레기는 지구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으며, 인간에게도 해악을 끼치고 있다.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이 지난해 6월부터 12월까지 수도권 가정집 5곳과 야외 3곳에서 공기 중에 떠다니는 물질을 채취해 분석한 결과, 실외보다 실내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더 나왔다고 밝혔다. 실내에서는 1㎥당 평균 3.02개, 실외에서는 1.96개가 나왔다. 실내 미세플라스틱의 경우 합성섬유 소재 가구 등 생활용품에서 발생하므로 실내 환기를 자주 시켜야 한다.
플라스틱은 열 또는 압력에 의하여 성형할 수 있는 유기물 기반 고분자 물질 및 그 혼합물을 이르는 용어이다. 플라스틱의 역사는 독일인 크리스티안 쇤바인(Christian Schonbein, 1799-1868) 바젤대 교수로부터 출발한다. 그리고 합성수지를 원료로 한 최초의 플라스틱은 1907년 미국인 리오 베이클랜드(Leo Baekeland, 1863-1944)가 발명한 베이클라이트(bakelite)다.
베이클랜드는 페놀과 포름알데히드를 이용해 베이클라이트(열경화성 수지)를 만들었다. 베이클라이트는 천연원료를 사용하지 않고 만들어진 최초의 합성수지로, 단단하고 절연성이 있으며 부식되지 않았다. 독일의 화학자 헤르만 슈타우딩거(Hermann Staudinger, 1881-1965)는 1922년에 플라스틱이 서로 연결된 수천 개의 분자사슬, 즉 고분자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밝혔다. 그 후 플라스틱은 다양한 형태로 개발되기 시작했다.
포장용 비닐봉지, 플라스틱 음료수병, 전선용 피복재료 등 광범위하게 소비되는 플라스틱 폴리에틸렌(polyethylene, PE)은 1933년에 독일의 한스 페치만(Hans Pechmann, 1850-1902)이 발견했다. 에틸렌을 중합(重合, polymerization)하면 폴리에틸렌이 만들어지는데, 그 밀도에 따라 저밀도 폴리에틸렌과 고밀도 폴리에틸렌으로 나뉜다. 고밀도 폴리에틸렌은 저밀도 폴리에틸렌보다 단단하고 높은 온도에 강해 파이프나 연료탱크 등을 만드는 데 주로 사용된다.
1937년에는 미국 듀퐁(Dupont)사의 월리스 캐러더스(Wallace Carothers, 1896-1937)가 합성섬유 나일론을 개발했다. 나일론은 ‘거미줄보다 가늘고 강철보다 질긴 기적의 실’로 불렸다. 듀퐁사는 나일론 스타킹을 만들어 첫 판매 당일 미국 전역에서 400만 켤레의 판매고를 올렸다. 방수 및 방풍 기능 덕에 낙하산과 텐트 등 군용 제품과 어망, 로프 등 산업용 제품을 제조하는 데 널리 사용됐다.
20세기 후반부터 고기능성 플라스틱의 개발 속도가 더욱 가속화되어 미국의 앨런 히거(Alan Heeger, 1936-)와 앨런 맥더미드(Alan MacDiarmid, 1927-2007)는 일본의 히데키 시라카와(白川英樹, 1936-)와 함께 전기가 통하는 플라스틱을 개발해 2000년 노벨화학상(Nobel Prize in Chemistry)을 수상했다. 노벨화학상은 1901년 노벨상 제정이후 2020년까지 총 112차례 수여돼 186명이 받았다.
전도성 플라스틱은 광학재료나 유기물질을 이용한 전기발광소자(OLED 디스플레이), 접거나 말 수 있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가볍고 투명한 태양전지의 제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기술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특히 현대 문명이 만들어낸 혁신적인 제품들, 예를 들면 반도체 소자, LCD(액정표시장치)와 유기EL 디스플레이, 기능성 섬유, 자동차 내장재 등은 플라스틱 없이는 제조할 수 없다.
우리가 매일 청소나 위생 목적으로 사용하는 일회용 물티슈의 대부분이 원자료가 플라스틱류라는 사실을 인지하는 소비자는 많지 않다. 대다수 물티슈 제품은 플라스틱 계열인 폴리에스테르(polyester)가 주성분이거나 폴리에스테르가 함유돼 있다. 설문조사에서 물티슈 원재료를 플라스틱류라고 제대로 응답한 사람은 34.9%에 불과했으며, 나머지는 43.4%는 펄프(종이), 21.7%는 섬유라고 답했다.
플라스틱 생산이 현재처럼 계속 증가하면 플라스틱 유래 온실가스 배출이 2050년에는 세계 잔여탄소배출허용총량(carbon budget)의 15%에 이른다는 연구가 나왔다. 미국 산타바버라 캘리포니아주랍대 연구팀은 “플라스틱 유래 온실가스 배출량이 2015년 1.78기가이산화탄소톤(GtCO2)에서 2050년에는 6.5Gt으로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플라스틱은 토양과 해양을 오염시킬 뿐만 아니라, 막대한 온실가스를 배출해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주범 가운데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해양수산 관련 지식인 1,000인 모임’이 우리나라가 세계 3대 해양강국으로 우뚝 설 수 있는 밑거름이 되고자 한국해양산업총연합회, 한국해운협회, 한국해양과학기술협의회 등이 주관하여 지난 7월 6일에 출범했다. 이 모임에서 해양환경의 보전은 인류생존의 문제이므로 “2050년 플라스틱 제로화 실현”을 표방했다.
서울에서 지난 5월 30-31일에 개최된 ‘2021 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에서 ‘서울선언문’이 채택됐다. 서울선언문은 정상회의 참가 국가 및 국제기구들의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실천을 담은 문서다.
주요 내용은 △기후위기가 환경문제만이 아니라 경제, 사회, 안보, 인권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라는 데 동의한다. △코로나19 역시 녹색회복을 통해 극복하기로 한다. △녹색회복은 지구 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이상 올라가지 않도록 하자는 파리협정(Paris Agreement,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을 실천하기 위한 방안 등을 기술했다.
서울선언문은 14개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7번 항목은 해양플라스틱에 관하여 언급하였다. “우리는 해양오염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인식을 같이하고, 특히 해양플라스틱 문제 해결을 위해 국제적 결속이 필요하다는 데에 동의한다. 우리는 해양이 중요한 자연적 탄소흡수원이라는 사실에 주목하고, 해운의 탈탄소화를 통해 해양의 지속가능성을 강화하고 해양의 추가적인 오염을 예방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린피스(Greenpeace) 등 환경단체들은 세계 바다에 떠도는 플라스틱 조각은 5조 개 이상으로 추정하며, 해류(海流)가 순환하는 곳에는 플라스틱 쓰레기 섬이 생겼다. 태평양에는 플라스틱 1조8천억 개로 형성된 웬만한 나라보다 큰 쓰레기 섬이 있다. 환경 전문가들은 이 섬을 국가로 인정해달라고 UN에 요청했으며, 환경운동가인 앨버트 고어(Albert Gore) 전 미국 부통령(45대, 1993-2001)이 이 섬의 1호 국민이다.
연간 1270만톤(매 1분마다 트럭 1대 분량)의 플라스틱이 바다로 흘러들어가고 있어 이는 지구를 400바퀴 감을 수 있는 양이다. 미국 해양교육협회(SEA)는 해양 쓰레기는 주로 육지에서 쓰고 버린 생활용품 조각이라고 밝혔다. 한편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해양 쓰레기 중 약 80%는 육지에서 발생하고 나머지 20%는 선박에서 버리는 쓰레기다. 인간이 버린 쓰레기는 바다를 오염시킬 뿐만 아니라 해양 생물을 위협한다.
유엔환경계획(UNEP)의 해양쓰레기 보고서에 따르면, 해양 생물 267종이 인간이 버린 쓰레기로 피해를 입고 있다. 국제환경보호단체 그린피스는 해마다 바닷새 100만 마리와 바다거북 10만 마리가 플라스틱 조각을 먹고 죽은 것으로 추정한다. 미국 LA타임즈 보도에 따르면, 미국 서부 연안에서 잡힌 물고기 중 35%의 뱃속에서 플라스틱 조각이 검출됐다. 플라스틱 조각을 먹이로 오인해 먹은 물고기를 결국 인간이 섭취하므로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바다로 흘러든 플라스틱 쓰레기는 해류와 바람을 타고 이동하는 동안 마모되고 태양열에 의해 부서진다. 자외선에 노출된 플라스틱 폐기물은 몇 달 내에 수많은 조각이 된다.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는 4개 부류로 분류할 수 있다. 즉, 0.05-0.5cm 크기의 소형 플라스틱, 0.5-5cm 크기의 중형 플라스틱, 5-50cm 크기의 대형 플라스틱, 그리고 50cm 이상인 초대형 플라스틱이다. 문제가 되는 것은 큰 플라스틱이 아니라 작은 플라스틱이다.
지름 5mm 이하의 플라스틱을 미세플라스틱(microplastics) 또는 마이크로비즈(microbeads)라고 부르며, 전 세계 바다를 떠다니는 미세플라스틱이 최대 51조개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미세플라스틱에는 두 가지가 있다. 즉, 처음부터 인위적으로 작게 만든 플라스틱 입자를 ‘1차 미세플라스틱’이라 하며, 다양한 크기와 형태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바다로 흘러 들어간 후 시간이 지남에 따라 마모되고 깨져 작아진 입자를 ‘2차 미세플라스틱’이라고 한다.
1차 미세플라스틱은 치약, 각질 제거용 세안제 등 주로 물로 씻어내는 제품의 세정(洗淨)기능을 높이기 위해 첨가된 것이다. 한 제품에 많게는 280만개의 미세플라스틱 입자가 들어있으며, 보통 하수처리시설에서 걸러지지 않고 강, 하천, 바다로 유입된다.
이런 제품을 단 한 번만 사용해도 약 10만개의 미세플라스틱이 하수도로 씻겨 내려가므로 소비자가 해양 오염에 동참하는 셈이다. 유럽연합(EU) 환경집행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화장품에 사용된 미세플라스틱이 매년 최대 8627톤이 유럽 주변 바다로 유입된다.
북구 스웨덴(Sweden)이 현시대의 과제인 탄소 배출 줄이기에서 앞서가는 주요 항목의 하나로 스웨덴 국민들의 선진적인 생활 습관인 재활용(再活用)이 몸에 배어있는 것을 꼽는다. 2050년이 되면 전 세계 바다에서 물고기보다 더 많은 플라스틱이 존재할 것이란 암울한 전망이 현실이 되지 않도록 우리는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reduce), 재사용하고(reuse), 재활용하고(recycle), 그래도 안 되면 소각해야 한다. 즉 폐기물과 관련한 기본 원칙을 지켜야 한다. 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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