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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인터넷 캡처]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생분해성 소재 용기입니다. 사용 후 일반쓰레기로 버려주세요.”
생분해성, 즉 자연적으로 썩는 플라스틱이니 분리배출하지 말고 그냥 종량제 봉투에 담아 버리면 된단 의미다.
직장인 A씨는 최근 쓰레기를 줄인다는 친환경 제품을 구매했다. 제품 용기에 플라스틱이 아니니 분리배출하지 말라는 문구를 접했다. 아무리 봐도 플라스틱인데, 썩는 플라스틱이니까 분리배출하지 말라니. 고민에 빠졌다.
‘I'm not Plastic(플라스틱이 아닙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빨대도 있다. 이 역시 외관 상으론 플라스틱이다. 음식물 쓰레기와 함께 버려도 된다는 일회용 거름망도 있다. 이 역시 보기엔 플라스틱이다.
썩는 플라스틱이 요즘 인기다. 썩기 때문에 마치 일회용품처럼 편히 써도 된다고도 한다. 일단, 과연 이건 진짜 썩는걸까?
[인터넷 캡처]
이 썩는다는 플라스틱의 정체는 대부분 생분해성 플라스틱이다.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분해가 되는 플라스틱 중에서 유기체의 도움을 받아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썩는 플라스틱 등을 가리킨다.
옥수수나 사탕수수 등에서 나온 전분을 발효 시킨 PLA(Poly Lactic Acid), 미생물을 기반으로 한 PHA(Poly Hydroxy Alkanoate) 등이 대표적이다.
정말 썩긴 한다. 하지만 매우 특수한 환경에서만 가능하다. 58도 이상의 고온으로 180일 가까이 유지돼야 하는 조건이다. 이 같은 고온의 매립지는 국내에 없다.
즉, 지금 무수하게 쓰고 있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이 실제 썩어 없어지는 사례는 없다고 보면 된다.
그럼 냉정히 말해 그냥 이건 다 쓰레기다. 문제는 생분해성이란 명목으로 오히려 더 많이 사용하는 데에 있다. 플라스틱이 아니니 마치 마음 편히 써도 된다는 식의 잘못된 홍보 때문이다.
특히 생분해성 플라스틱이 많이 쓰이는 게 일회용품 대체 분야다. 플라스틱이 아니고 썩기 때문에(현실에선 전혀 썩을 일이 없지만) 일회용품으로 써도 된다는 식으로 수요도 공급도 늘리고 있다. 2021년까지 5년 새 사용량이 4.3배 급증했다.
제도 탓도 크다. 일반 플라스틱에 비해 단기간에 썩는다는 특성 때문에 이를 생분해 플라스틱을 친환경 제품으로 인정해줬다. 즉, 생분해 플라스틱을 사용하면 비닐 봉투, 매장 내에서 사용하는 컵, 빨대 등 일회용품들이 받는 규제에서 제외됐다. 그러다 보니 더 사용량이 늘었다.
[인터넷 캡처]
생분해 플라스틱을 일반쓰레기가 아닌 플라스틱으로 분리배출하면 어떨까? 이 역시 문제다. 생분해 플라스틱은 기존의 분리 체제에 섞이면 방해가 된다. 단일 소재끼리 모을수록 고품질의 재생 원료가 돼, 식음료용 투명 페트병을 기타 플라스틱 등과 분리 배출하고 있다.
생분해 플라스틱은 차차 일회용품 규제에 포함될 예정이다. 지난해부터 신규 친환경 인증을 중지했고, 기존에 받은 친환경 인증도 내년 말에 유효 기간이 종료된다.
그러나 환경부는 생분해 산업화를 위해 강화한 기준을 충족할 경우 일회용품 규제 적용을 받지 않는 친환경 인증을 이어갈 계획이다. 20~28도 가량의 실온에서 24개월 안에 90% 이상 분해되는 안이다.